“왜 박사 학위를 두 번이나 하셨나요?”
제가 작년 job interview 때 들었던 단골 질문입니다. 참고로 저는 국내 모 대학에서 경영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이후 캐나다의 모 대학에서 박사후과정 중 동대학 경영학 박사 학위 과정으로 전향해서 두 번째 학위를 곧 마무리 할 예정입니다. 위의 질문에 대해 “제 전공 분야를 더 공부하고 싶어서……” 혹은 “포닥 중 박사 세미나를 듣고 싶었는데 포닥 신분으로 들으려니, 수업료를 내야 했고 너무 비싸서 그냥 박사 과정을 한번 더 하기로 했다……” 등의 답변을 했는데 interviewer 반응이 시원치 않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아마 interviewer 들은 ‘공부가 더 하고 싶으면, 그냥 job 잡은 후에 혼자 더 공부하면 되지 않나?’ 이렇게 생각했을 것 같습니다.
interviewer가 답변을 탐탐치 않게 생각한 것이 이해는 되는데, 위의 답변은 사실 정말 너무나 솔직한 답변입니다.
‘국내 대학에서 박사를 할까 아니면 해외 대학에서 박사를 할까?’ 경영학 교수뿐 아니라 일반적으로 교수가 되고 싶어 하는 분들의 첫 번째 중요한 의사 결정 문제입니다. 저는 경영학 분야(경영정보시스템)의 국내 박사와 해외 박사 과정을 모두 이수했고, 전공과 학교에 따라 많이 다를 수 있겠다만, 위의 문제와 관련해서 경영학 교수의 길을 걸어 가려는 분들께 제 경험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이 글을 남깁니다.
국내 경영학 박사 과정의 장점은 1) 금전적, 심리적 비용이 적다, 2) 산학 협력 프로젝트 경험을 쌓을 수 있다. 또 운이 좋으면 프로젝트를 통해 좋은 비즈니스 데이터를 얻는 것도 가능하다, 3) 교수님, 선후배와 끈끈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4) 부모님 혹은 친척분을 (상대적으로) 자주 찾아 뵙고 인사 드릴 수 있다, 5) (제가 다닌 학교의 경우) 연구실 제도를 갖고 있기에 같은 연구실에 속한 선배로부터 많은 간접 경험을 전달 받을 수 있다 또한 선배와의 cowork도 가능하다, 6) (제가 다닌 학교의 경우) 병역 특례를 받을 수 있다 정도가 될 것입니다. 물론 제가 느낀 장점이고 개인 상황에 따라 다른 장점이 추가적으로 있을 수도 있고 위에 언급한 장점이 사실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 입니다.
국내 경영학 박사 과정의 단점은 1) PhD 전공 세미나 과목이 부족하다, 2) job market이 국내 시장으로 한정 된다 (물론 국내 박사 이후에 바로 해외 job을 잡거나, 해외 포닥 이후 해외 job market에 나가시는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3) 동기 간 위기 의식 혹은 경쟁 의식이 낮다 입니다.
위에 언급된 단점 3가지는 아주 중요한 포인트로, 교수 직업을 목표로 국내 경영학 박사 과정을 고려 중인 지원자 입장에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부분입니다. 먼저 1)에 대한 부연 설명을 하면, 제가 해외 대학에서 포닥 중 박사 과정에 지원을 하게 된 중요한 이유이기도 한데, 저는 국내 박사 과정 중 PhD 전공 세미나를 거의 못 들었습니다. PhD 세미나에서 많은 논문을 접하면서 전공 지식과 실력이 늘게 되는데, 안타깝게도 국내 박사 과정 중 이런 training을 제대로 받지 못했습니다. PhD 과목을 일부러 안들은 것이 아니라, 아예 과목 자체가 개설되지 않았습니다. 국내 박사 지원을 하려는 분들은 PhD 과정 커리큘럼에 PhD 세미나가 있는지 (예를 들어, MIS 전공자라면 MIS 세미나가 얼마나 있는지) 꼭 체크해야 합니다. ‘혼자 논문을 읽어도 되지 않을까?’ 반문할 수도 있지만, 세미나 중 다른 학생들과의 토론을 통해서 논문에 대한 장점과 단점을 파악하는 과정이 전공 실력 향상에 훨씬 효율적입니다.
두 번째 단점은 job market이 국내로 한정된다는 점인데, 제가 국내에서 학위를 마친 2011년도에는 국내 MIS 교수 초빙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제가 job market에 나온 작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작년 북미와 아시아 권 대학의 MIS 포지션은 너무 많아 다 셀 수도 없을 정도였습니다. 시기에 따라 자리가 많이 생기기도 하고 없기도 한다지만, 국내라는 지역적 제약이 교수의 꿈을 얻기에 큰 걸림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세 번째 단점은, 사실 제일 중요한 부분인데, 동기 간 위기 의식과 경쟁 의식의 부재입니다. 제가 다녔던 국내 학교의 경우 경영학 분야지만, 연구실 제도를 택하고 있어서 연구실로 소속된 이후에는 동기 간 교류도 낮아지게 되었습니다. 연구실 내의 태도와 관련해서도, 연구실 선배가 하는 모습을 의식 혹은 무의식적으로 따라서 하게 되고, 이에 졸업도 아무래도 ‘선배가 하고 나서 내 차례가 오겠지……’ 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본인이 현실을 자각하고 열심히 하면 100을 해낼 수 있음에도 선배가 80을 하고 있기에 본인도 이에 맞춰서 노력의 강도를 낮출 수 있습니다. 또한, 동기 중 누군가가 학회에서 발표를 했다든지, 저널에 출간을 했다든지 할 때 자극을 받을 수 있는데 연구실 내 생활을 계속하다 보면 이러한 외부 자극의 강도가 낮아지며, 결과적으로 동기로부터의 좋은 자극을 놓칠 수 있습니다. 해외 박사 과정 중에는 동기간 같은 office를 사용하여, 경쟁적으로 컨퍼런스에 논문을 제출하게 되기도 하고, 오피스 내의 누군가가 무슨 저널에 shooting을 했다 혹은 상을 받았다는 사실들이 서로에게 좋은 자극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물론 이는 제가 다녔던 학교의 경우에 해당합니다.
해외 박사 학위의 장점은 1) 위에서 언급한 국내 박사 과정의 단점들이 없다는 것, 2) 좋은 학교의 경우 국내 학교들보다 국내 position 지원 시에도 학위의 marketability가 더 높다는 점, 3) 소위 'big shot'들의 수업을 듣고 얘기를 나누면서 대가들이라고 다 아는게 아니구나 그리고 이정도면 되겠구나 하는 감이 생긴다는 점, 4) 해외에서의 생활로 영어 실력이 (조금이지만) 늘어난다는 점이 있습니다. 또한 박사 과정 중 영어 강의 경험을 가질 수 있습니다.
위의 3)과 관련해서 첨언하면, 국내 박사 과정 때는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의 수준이 무척이나 얇고 깨지기 쉬운 것 같으며, 소위 탑저널 저자로 자주 이름을 올리는 대가들은 '저 하늘 위에 있는 존재로 진리를 창출하는 학문분야 내 신적인 존재'로 인식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당사자들과 수업 시간에 얘기를 나누고 같이 cowork을 하면서 느끼는 점은 이들도 '사람'이구나, 그리고 이들도 논문 리젝을 걱정하고, 본인이 쓴 논문에 대한 단점을 두려워하고, 항상 논리적이지는 않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경험이 본인 연구의 자신감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해외 박사 학위의 단점은 1) 준비 기간이나 실제 학위 기간과 관련하여 (금전적, 심리적, 시간) 비용이 높다 (물론 금전적 측면의 경우 내/외부 장학금으로 국내 학위 과정생보다 더 풍족하게 사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2) 비즈니스 데이터를 얻기가 어렵다, 3) 박사 자격 시험 등 학위 통과 기준이 국내 학교보다 높아 중도 탈락의 가능성이 국내보다 더 높다, 4) 감정적으로 외롭고 현지 적응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점 등인데 특히 4)의 경우 가족이 현지 생활에 적응을 잘 못할 경우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본인은 학교라는 소속 기관이 있고 오피스에 동료들도 있지만, 가령 와이프의 경우에는 사회적으로 철저하게 고립될 수도 있고 생활에 불만을 갖게 될 수 있습니다.
국내 학위와 해외 학위에 모두 장단점이 있지만, 제 생각은 교수 직업을 위해서라면 아직까지는 해외 좋은 대학에서의 admission을 목표로 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국내 좋은 대학에서 학위를 마친 이후, 포닥 경험을 쌓는 것도 좋은 차선책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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