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8일 월요일

교수 임용이 되기 위해서는 fit이 맞아야 합니다

“운칠기삼(運七技三)"

교수 지원자들에게 선배 교수님들께서 해 주시는 말씀입니다. 교수 임용 결정에는 단지 논문 실적 이외에도, 지원자 본인이 바꿀 수 없는 (혹은 알지 못하는) 소위 ‘운’적인 요소들이 많이 작용한다는 뜻입니다.

교수 지원자 입장에서 갖는 가장 큰 착각 중 하나는, ‘내가 연구 실적이 좋으니 내가 선택 될 것이다’ 입니다. 하지만 교수 임용에서 연구 실적은 단지 여러 고려 사항 중 하나일 뿐입니다. 정말 연구실적만 가지고 사람을 뽑는다면, CV만 보고 사람을 뽑지 왜 인터뷰를 하겠습니까?

교수 임용이 되기 위해서는 해당 학교, 해당 포지션, 그리고 그 학과의 faculty와 지원자의 fit이 맞아야 합니다. 이 fit에는 크게 3가지 요소가 있는데, 1) 연구 2) 티칭 3) 지원자 성품 입니다. (한번 임용이 되면 내쫓기 어려운 한국 학교의 경우, 지원자 성품이 북미 학교들보다 더 중요한 factor 일 수 있는데, 괜히 이상한 사람이 학과에 들어와서 분위기를 흐리는 것을 막기 위함 입니다. 이에 교수 초빙에 있어서 기존에 알고 지내 온, 혹은 누군가에게 추천을 받은 성품이 검증(?) 된 내정자를 두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물론 비정상적인 경로로 내정자가 될 수도 있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만일 연구 중심 학교에 지원한다면, 당연히 연구 실적이 좋아야 해당 학교와의 fit이 높습니다. 이 학교들은 대개 지원자의 티칭 점수는 평균 정도만 되면 되고, 연구 실적이 월등하기를 원합니다. 다만, 이 연구 실적이라는 것도 학교마다 다른데, 어떤 학교는 탑저널(e.g., FT listed journal)에 publish 가능한 지원자를 찾는 반면 (A type), 어떤 학교는 나름대로의 저널 기준을 갖고 그 기준 내에서 최대한 많은 논문을 쓰는 것 (B type) 을 선호합니다. 따라서, 만일 본인이 논문의 개수가 적지만 탑저널 출간에 aiming을 해 왔다면 A type 학교들과 fit이 높고, 탑저널 실적은 아직 없고 그 밑의 저널들에는 여러 편의 논문을 출간했다면 B type 학교들과 fit이 더 높을 수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본인이 top journal 논문이 있더라도 B type 학교에 지원했을 때, 그 밑 저널에 논문이 많은 다른 지원자보다 fit이 낮고, 결과적으로 덜 선호 될 수 있습니다.

연구 중심 학교에 지원할 경우라 할지라도, 논문 실적만이 전부가 아닙니다. 만일 A type 학교에 지원한 다음의 두 지원자가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Candidate 1: top journal paper 1편, top journal R&R paper 1편, 티칭 점수 보통, 소극적이고 dry한 성격
Candidate 2: top journal R&R paper 1편, 티칭 점수 보통, 밝은 성격

Candidate 1이 Candidate 2 보다 연구실적은 좋아 보이지만, 만일 학교의 search committee가 인터뷰 시 밝은 성격의 Candidate 2에게 좋은 인상을 받았다면, Candidate 1보다 Candidate 2의 손을 들어 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교수 임용이 research machine을 뽑는 게 아니고, 기존 faculty의 colleague를 뽑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학교에 join할 경우 기존 faculty 들과 잘 융화할 것 같은 지원자에게 더 좋은 점수를 주는 것은 당연합니다.

만일 밝은 성격이 더 좋다면, 어두운 성격의 지원자 입장에서는 ‘인터뷰 순간 혹은 캠퍼스 비짓 기간만이라도 밝은 성격으로 연기를 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본인이 연기에 소질이 있지 않은 한, 1박 2일 혹은 2박 3일간의 캠퍼스 비짓 기간 내내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어떤 학교는 밝고 가벼워 보이는 성격보다는 진중한 성격의 소유자를 선호할 수도 있습니다 (제가 받은 impression은 특히 아시아 학교의 경우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선배 교수들이 인터뷰를 하는 candidate에게 해주는 또 다른 격언으로 “be yourself!”가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 경험 상, 많은 북미 학교들이 소극적인 지원자보다는 밝은 성격의 지원자를 더 좋아하는 것 같고, 이에 본인이 소극적이고 말 수가 적은 편이라면, 준비를 잘 해서 인터뷰나 캠퍼스 비짓 시 조금이라도 더 적극적으로 말을 해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만일 위의 연구 중심 학교가, 특정 과목을 가르칠 사람 (특히 MBA 티칭 가능한 사람) 혹은 새 과목을 개발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비록 연구실적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그 과목을 담당할 수 있을 것 같은 Candidate 3를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2+2의 balanced school의 경우에는, dean의 비전에 따라 뽑으려는 ideal candidate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보통 balanced school의 경우, AIS senior basket journal (EJIS, ISJ, ISR, JAIS, JIT, JMIS, JSIS, MISQ) 내 R&R paper (또는, 경우에 따라서 major conference proceeding paper 정도)와 좋은 티칭 점수를 요구합니다만, 최근 연구 중심 학교로 변신을 꾀하는 balanced school들이 많이 있으며, 이들 학교에서는 연구 중심 학교와 비슷하게 top journal R&R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이는 작년 기준으로, 제가 모 balanced school에 campus visit 갔을 때, chair에게 직접 1차 screening 조건이 무엇이었는지 여쭤보고 들은 답변입니다. 다만 임용 기준이 점점 올라가는 추세이므로, 앞으로는 더 높은 조건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티칭 학교에 지원할 경우에는, 지원자의 실무 경험이나 티칭 점수, 티칭 테크닉, 티칭 philosophy 등이 임용 시 연구 실적보다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일부 티칭 학교의 경우, 힘들게 뽑았는데 다른 학교로 금방 도망갈 수 있다고 연구실적이 좋은 candidate을 오히려 싫어한다는 루머도 있습니다.

이처럼 임용을 위해서는 해당 포지션과 지원자의 fit이 가장 중요합니다. 하지만 지원자 입장에서는 해당 학교의 내부 상황을 알지 못할 수 있고, 또한 알더라도 노력으로 바꿀 수 없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위의 “운칠기삼”은 맞는 말 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말에 완전히 동의하지 않습니다. 만일 정말 ‘운’ 요소가 교수 임용에 그렇게 많이 작용한다면, 왜 어떤 지원자는 여러 곳에서 동시에 많은 offer를 받고, 또 다른 지원자는 매 지원 시마다 탈락하는 것일까요? 동시에 여러 offer를 받아 가는 지원자는 대단한 강운의 소유자일까요? 그리고 매번 탈락하는 지원자는 운이 정말 지지리도 없는 걸까요? “운칠기삼”이라는 말이 탈락한 지원자를 위로 할 수는 있겠지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는 않습니다 (물론 정신적으로 고통을 심하게 받을 경우, 포기하지 말라는 점에서는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추후에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기술 하겠습니다).

저는 지원자 입장에서는 이 운 부분도 실력으로 바꿀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job market에 나온 지원자는 자신을 잘 상품화 할 수 있어야 합니다.

1차 서류 통과를 위해서는, 당연한 얘기지만 서류에 있는 정보만으로 탈락이 결정되기 때문에, 소위 spec 말고는 별로 답이 없습니다. 즉, spec은 임용이 되기 위한 necessary condition 입니다. 연구 중심 대학을 aim 하는 지원자는 연구 실적을 높여야 하고, 티칭 중심 대학을 생각하는 지원자는 티칭 점수를 잘 받아 둡니다. 또한, 여러 과목에 대한 티칭 경험을 쌓도록 노력합니다.

인터뷰와 캠퍼스 비짓에서 선택이 되기 위해서는, 논문 실적 이외의 요소에서 본인을 잘 어필할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개인 경험을 말씀 드리면, 저는 말 수가 적고 소극적이라 대부분의 컨퍼런스 (혹은 Skype) 인터뷰가 너무 사무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모 대학 campus visit 요청을 받았을 때, 그 대학의 모 교수님께서, 본인은 저에게 좋은 평가를 줬지만, 다른 committee 들이 저에 대해 너무 말수가 적고 소극적이어서 이에 대한 우려를 갖고 있다는 언질을 미리 주셨고, 그래서 그 대학 visit때는 최대한 밝고 말수를 늘릴 수 있도록 노력했었고, 이후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물론 완전히 다른 캐릭터가 될 수는 없었지만, 그러한 방향으로의 노력이 좋은 결과를 낸 것 같습니다.

또한, 탈락한 경우, 운이 없었다고 치부하지 말고, 그 경험을 거름으로 삼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연구 중심 대학에 지원했는데, 본인의 연구 실적이 좋음에도 탈락한 지원자는, 연구 실적 이외에 해당 학교에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했는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터뷰 준비에 정말 최선을 다했는지?’, ‘job talk 준비에 소홀함은 없었는지?’ 자문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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